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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규 한국납세자연맹 부회장 |
세월호 참사 이후 압축성장의 그늘 속에 가려진 관피아의 적폐가 치부를 낱낱이 드러냈다. 최근 불거진 황제노역, 원전비리, 군납비리,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에서 보듯 불법적인 로비와 담합, 각종 비리와 부패가 우리 사회 곳곳에 광범위하게 스며들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유린하고 삶에 지친 서민들에게 분노와 좌절감을 안겼다.
국제투명성기구가 2013년 발표한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의 부패 정도를 측정한 부패인식지수(CPI)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수치스럽게도 46위로 2010년 39위에서 7단계나 떨어진 반면 과거 우리나라가 반부패 기술을 전수한 히말라야 기슭의 부탄은 31위로 한참이나 앞서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4개국 중에서도 지난해와 같은 27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 와중에 국민 세금으로 녹봉을 받는 자들이 지휘와 신분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취하고 부정부패를 저지를 때 이를 엄격하게 단죄하고 탈 많은 관피아를 척결해 정의롭고 깨끗한 공직사회를 구축하는 것은 작금의 시대가 요청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무다. 이런 연유로 최근 제정을 앞두고 있는 ‘김영란법’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겨진다.
‘김영란법’이란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2011년 6월 입법화를 제안하면서 붙여진 법안으로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이다. 핵심 요지는 공직자나 그 가족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직무와 관련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받더라도 대가성을 불문하고 형사처벌한다는 것이다.
이 법이 도입되면 공직자에게 청탁은 물론 상품권, 식사, 골프 접대 같은 향응 및 금품수수 등이 금지되며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행위 일체가 불법이 된다. 얼마 전 공기업 전직 이사장과 간부가 업무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볼 때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 법은 공직자들이 원천적으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마음의 짐을 덜고 맡은 업무에 충실할 수 있어 선호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세상 이치만 봐도 때린 사람보다 맞은 사람이 기억을 오래 유지하듯 뇌물을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의 심적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진정 국가를 혁신할 의지가 있다면 ‘김영란법’에 대한 금품수수 처벌에 관한 예외조항 신설이나 대상자 확대 적용 등 그동안의 속보이는 논쟁을 접고 법안 원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논어에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백성의 믿음을 잃으면 정치가 바로 설 수 없다’는 말이다.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경기 불황으로 세수는 감소하고 국가부채가 점증하는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세금 낭비를 줄임은 물론 관피아의 부패 척결을 위한 ‘김영란법’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 이에 신뢰 회복과 더불어 다시는 이 땅에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만시지탄의 우(遇)를 범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